[명사의책]맬컴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동아일보

입력 2013-03-18 03:00 수정 2013-03-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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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의 노력, 인생을 바꾼다


‘외국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땐 싸이의 말춤을 추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최다 조회 영상에 올랐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가 ‘가수’가 아닌 ‘엽기가수’로 더 잘 알려졌다는 점, 대마초 흡연으로 사회에 물의를 빚었다는 점, 그리고 군대를 두 번 다녀온 몇 안 되는 남자라는 점. 싸이가 이러한 악조건을 넘어설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오랜 유학생활로 영어회화에 능통하다. 기회를 포착하는 의지와 행운도 있었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유학 자금을 오롯이 음악 공부하는 데 썼고, 데뷔 무렵에는 때마침 ‘엽기’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주목받았다. 자다가도 춤을 출 만큼 상당한 노력파이기도 하다. 이런 그에게서 나는 아웃라이어를 떠올린다.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문구에 매료돼 꺼내 든 책이다. 무한경쟁시대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성공을 갈구할 것이다. 경남 마산에서 나고 자란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남보다 노력해야 성공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어리숙했던 건축학도에서 건설역군이 되었고, 파릇한 신입사원에서 한 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아웃라이어를 동경하고 독려한다.

아웃라이어란 사전적으로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뜻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아웃라이어는 조금 다르다. 그는 아웃라이어를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 성공을 거둔 사람’ ‘성공의 기회를 발견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칭한다.

또 개인의 자질이라는 변수보다 기회(opportunity)와 유산(legacy)이란 변수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무조건적인 노력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1만 시간을 쏟을 기회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비틀스와 빌 게이츠는 1만 시간 이상을 자신에게 투자했을 뿐 아니라, 밤새워 노래를 부르거나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아웃라이어들이 태어나지만, 여러 가지 성공 요인을 충족시킨 이들만이 진정한 아웃라이어가 된다.

나는 매달 사내 초빙 강좌인 ‘지식경영특강’을 통해 이 시대를 이끄는 아웃라이어를 만난다. 악전고투 속에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엄홍길 대장이나, 치열한 글쓰기로 이가 내려앉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였다는 김훈 작가의 이야기는 기대를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들을 통해 나 이외에도 많은 직원이 숨은 재능과 기회를 발견하길 바란다.

오늘도 나는 아웃라이어를 희망한다. ‘변화(Change) 속에는 기회(Chance)가 있다’는 빌 게이츠의 성공 어록을 되읊으면서.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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