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예산 年50조원 삭감, 한국에 ‘안보 청구서’ 불똥 우려

동아일보

입력 2013-03-05 03:00 수정 2013-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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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조치(시퀘스터·sequester)가 공식 발효되면서 한국 안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시퀘스터 명령’에 따라 미 국방부는 올해에만 460억 달러(약 50조 원)를 포함해 10년 내 5000억 달러(약 546조 원)의 국방예산을 도려내야 한다. 미 국방예산의 대폭 삭감 사태는 한국 안보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자국 방어’에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지도록 미국이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은 약 8500억 원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42%에 해당한다. 미국은 올해 한국과의 ‘2014∼2018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 이상 부담하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한국의 연간 방위비 분담금은 1조 원을 훌쩍 넘어서 그만큼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지난해 초부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며 “한국이 증액을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등 일종의 압박 전략을 구사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을 억제할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시작된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연습 등은 계획대로 진행되지만 올 하반기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과 군별 연합훈련은 축소 또는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의 훈련이 축소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면서 그런 일이 없도록 미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예산 삭감 사태를 맞아 주한미군은 충격에 빠진 상황”이라며 “올해 계획된 연합훈련이 어떻게 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은 올해 연합훈련부터 한국군 주도의 신(新)작전계획을 적용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 실태를 검증하기로 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 또는 연기되면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퀘스터 사태’로 주한미군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상태다. 주한미군은 다음 달부터 1만여 명의 군무원(미국인)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말 장병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방부는 올해 전례 없는 재정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가 민간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미칠 직접적 영향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무원이 없으면 주한미군은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해외 분쟁지역에 파견된 미군 전력이 철수하거나 축소되면서 그 공백을 주한미군이 메우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 전력의 해외 차출이 잦아질 경우 대북억제력 약화 등 ‘안보 공백’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방위역량 강화를 강조하면서 그동안 기술 유출 등의 우려 때문에 꺼려온 첨단무기의 대한(對韓) 판매는 다소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영향으로 차기전투기(FX) 사업 등 미국 업체들이 주로 참여 중인 대형무기 도입 사업의 가격 협상 등에서 한국 정부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손영일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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