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따뜻하게 ‘코리아 스타일 원조’]<5·끝>가나 수도 아크라의 직업훈련센터

동아일보

입력 2013-02-01 03:00 수정 2013-02-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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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 인큐베이터… 가나의 미래가 자란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1년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약 150km 떨어진 판테아크와 주 은캉칸마 초중학교의 중학교 건물 증축과 교육기자재, 책 구입 등에 15만7000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원했다. 조아영 주가나 KOICA 부소장(뒷줄 모자 쓴 사람)과 청년 인턴 유현정 씨가 지난해 11월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KOICA는 현재 가나 전국 22개 초중고교에서 기초교육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크라=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지난해 11월 중순 주가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무소 관계자들과 찾아간 수도 아크라 중심에 위치한 ‘아크라 직업훈련센터(ATTC)’.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센터 정문을 들어서자 1층짜리 건물 14개동이 좌우로 ㄷ자 모양으로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14개 교육용 건물 중 8개동은 현장 실습 장비가 갖춰진 ‘실습동’이다.

아메야우 바피 교장(52) 등 센터 관계자들과 함께 ‘자동차 정비’ 실습동으로 들어가자 흰색 반팔 윗옷과 회색 바지의 교복 차림 학생 40여 명이 자동차 엔진이나 차체 주변에 둘러서서 교사들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구석에 에어컨 한 대가 놓여 있었으나 실내온도를 낮추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학생들은 땀을 많이 흘렸지만 새 기술을 배우려는 열의가 보였다. 자동차 차체와 부품 등에는 태극기 마크와 KOICA 표시가 선명해 한국에서 지원한 기자재를 실습용으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옆 ‘전자’ 실습동으로 들어가자 20여 대의 컴퓨터 모니터마다 학생들이 한 명씩 앉아 ‘디지털 논리 회로’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가나 ‘아크라 직업훈련센터(ATTC)’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우는 학생들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제공한 기자재로 실습을 하고 있다.
ATTC는 가나 교육부 산하 전국 45개의 직업훈련센터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교사 수준도 가장 높다고 인정받아 이곳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사 140여 명에 자동차 정비와 전자, 산업설비 등 17개 과목에 걸쳐 학생 145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바피 교장은 설명했다.

1966년 설립된 ATTC는 기자재가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해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KOICA가 2010년부터 2년 동안 약 200만 달러(약 21억6000만 원)를 들여 자동차정비와 전자 등 5개 분야에 첨단 설비와 실습 장비를 지원함에 따라 ATTC는 새로 태어났다. 조아영 주가나 KOICA 부소장은 “한국에서 전문가를 가나로 파견해 기술을 전수해 주기도 하고 ATTC의 교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은 중고교 졸업생과 대학 졸업생, 일반 직장인 등이다. 이곳은 수업료가 4∼6개월 코스에 45세디(약 2만2600원·중고교 졸업생 기준)로 저렴하고 첨단 기자재를 갖춰 ATTC에 들어오는 경쟁률도 높다고 한다.

‘자동차 정비’ 실습동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칼레와 앤서니 씨(23)는 “KOICA가 지원하기 전에는 기자재 없이 책으로만 학습하고 기계를 만져볼 기회가 없었다. 직접 기계를 다루면서 실습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졸업생인 조지 헤이퍼드 씨(29)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메이저 광산업체로 아크라 서쪽 타크와에 진출한 ‘앵글로골드 아샨티’에 취업했다. 헤이퍼드 씨는 “ATTC는 실습 기자재도 훌륭해 여기서 교육받은 내용이 취업 후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내가 배운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조광걸 주가나 KOICA 소장은 “KOICA가 제공한 기자재에는 모두 태극기 마크가 붙어 있어 학생들은 태극기를 보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TTC의 학생과 교사들은 도로에서 한국산 자동차만 봐도 반가워하면서 주변 친구와 친척들에게 한국산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권유한다고 센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가나는 아직 1차 산업 비중이 높아 청년 실업률이 33%(15∼24세 기준)에 이른다. 2차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질의 숙련된 기술자를 길러낼 교육기관이 없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보고 정부관계자들은 인력 개발과 양성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가나 정부가 KOICA나 한국 정부에 감사 표시를 하는 것도 지원 덕분에 우수한 기술자를 양성해 2차 산업을 일으킬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수혜국 환경까지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원조” ▼

■ 佛개발기구 르클레르 소장

프랑스는 ‘지속 가능한 원조’라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지키며 원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가 1985년 가나에 프랑스개발기구(AFD) 지부를 처음 설치해 돕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아크라의 주가나 AFD 사무실에서 만난 브뤼노 르클레르 소장(사진)은 “원조를 받는 국가의 자연파괴나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후진적 원조”라며 “21세기형 원조는 수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이 계속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면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FD가 특히 ‘지속 가능한 원조’를 강조하는 것은 일부 국가의 경우 수자원 개발이나 전력선 설치 사업을 하면서 무리하게 자연환경이나 삼림을 파괴해 원조를 제공하고도 수혜국의 비난을 사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AFD는 ‘지속 가능한 원조’ 원칙에 따라 특정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측정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한다. 또 매년 사회환경보고서도 작성해 프랑스 정부에 보고한다. 주재국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가나처럼 태양이 내리쬐는 곳에서는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얻는다.

아크라=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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