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혼란의 인수위, 주범은 ‘3중 칸막이’

동아일보

입력 2013-01-31 03:00 수정 2013-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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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센터 찾은 인수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위원들이 30일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센터의 구직창구를 돌아보고 있다. 인수위 각 분과는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주문에 따라 국정과제 선정에 앞서 관련 현장을 찾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던 시간,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본부를 떼어 낸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다. 외교부 출신의 윤병세 위원마저 미리 알지 못해 난감해했다는 후문이다.

아무리 보안 유지가 중요하더라도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를 관련 분과와 협의하지 않은 건 문제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후 청와대 비서실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는 외교국방통일분과 관계자가 조직개편을 맡은 국정기획조정분과의 한 위원에게 ‘국가안보실 신설은 내용을 미리 상의라도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21일 발표 때까지 그런 협의는 없었다. 국가안보실 신설이 발표된 뒤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는 국가안보실의 기능을 묻는 질문에 “임무 기능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 분과 간 높은 칸막이

그로부터 2주일 뒤인 2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협력을 ‘진리를 따라가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유했다.

하지만 정작 인수위 내부의 칸막이는 높디높아 천장까지 닿겠다는 비판이 많다. 보안 중시에 치우쳐 소통을 가로막는 이런 ‘칸막이 문화’가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실 검증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30일 “논의나 협의 없이 문서로 쓱싹 처리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 소통해야 할 대변인끼리도 칸막이

박 당선인은 박선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두고 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만큼 이들의 긴밀한 조율은 필수적이지만 이들 사이에도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변인은 29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강행에 대해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청와대를 겨냥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윤 대변인의 브리핑 사실을 알지 못했고 박 당선인으로부터 ‘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13일엔 윤, 박 대변인이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말을 했다. 윤 대변인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와 관련해 박 당선인이 격노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한 반면 박 대변인은 “당선인이 그런 현상에 불편한 마음은 갖고 있다”고 한 것이다.


○ 비서실도 미스터리라는 인사검증

당선인비서실의 칸막이가 가장 두껍고 높다는 지적이 많다. 김 전 총리 후보자 인선 때도 “누가 인사검증팀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미스터리다”라는 말이 비서실 내부에서 나왔다. 핵심 측근이 서울 모처에서 작업하고 있다느니, 비선이 있다느니 하는 설(說)만 난무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신분을 위장한 정보기관의 ‘흑색요원(블랙요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당선인비서실과 인수위에 쳐놓은 높은 칸막이 문화가 보안 유지를 위해 다른 부서의 업무를 알 수 없게 만든 국가정보원 시스템을 방불케 한다는 비유도 나왔다.

박 당선인 측과 인수위의 이런 문화는 문제가 터졌을 때 관계자들이 “나는 모른다”고 회피하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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