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사회의 리더가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이유는 뭘까

동아일보

입력 2013-01-31 03:00 수정 2013-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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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에 관료, 기업인을 비롯한 여러 조직의 리더들이 윤리적 문제로 낙마하곤 한다. 최근 고위공직자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도 무성한데 아니나 다를까 몇몇 인물이 과거 윤리적 문제로 중도 하차하고 있다.

리더에게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리더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결정은 조직과 그 구성원의 운명을 좌우한다. 히틀러는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탁월한 기술을 가졌지만 그를 훌륭한 리더라고 부를 수는 없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영자들에게도 높은 윤리 수준이 요구되고 있다. 비윤리적 리더십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진 미국 기업 엔론의 최고경영진은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로 투자자들에게 총 6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끼쳤다. 한국에서도 기업인들의 비윤리적 행동이 투자자 및 종업원들의 재산과 인생을 파탄시키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사회의 리더,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의 윤리성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준법정신이 강하다는 미국에서도 대중의 54%는 기업 관리자들이 정직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

리더가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리더십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 존 맥스웰은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짓말을 하면 당장 실수를 덮거나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둘째,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욕구가 클수록 거짓말에 대한 유혹이 강해진다. 윤리적일수록 선택의 폭과 성공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믿는 사람도 많다. 셋째,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윤리’라는 말로 정당화하며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로, 선한 의도를 전제로 판단한다. 처한 상황에 따라 윤리적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을 자신에게만 적용하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리처드 대프트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개인의 도덕 발달 수준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낮은 단계인 ‘전기 전통적 수준’에서는 단지 개인의 이익에 의해 동기 부여가 된다. 즉,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규범을 따른다. ‘전통적 수준’에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규칙과 문화를 따른다. 문제는 조직이 비합법적, 비윤리적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과정의 정당성이 무시되곤 한다. ‘후기 전통적 수준’ 또는 ‘원칙에 의거한 수준’에서는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갖게 되며 이런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면 조직의 비윤리적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0%만이 세 번째 수준에 이르렀다.

윤리적 상대주의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동양에서 더 경계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은 집단의 결속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다른 집단을 배격하고 자기 집단의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집단사고(조직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며 비판적인 생각을 배제하는 상태)’에 빠지면 비윤리적 행동을 방조할 뿐 아니라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직 내 윤리적 리더십을 향상시키고 윤리적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윤리적 행동 규정을 만들고 모든 조직 구성원이 그 규정집을 읽고 이해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윤리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윤리적 행동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윤리와 관련한 자문 서비스와 비밀 핫라인을 운영하면서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하고 반대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주기적인 설문 조사와 윤리 칼럼, 토론회를 통해 꾸준히 윤리적 분위기를 증진할 필요도 있다.

21세기에 윤리적 리더십이 새삼 강조되는 이유는 비윤리적 리더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윤리적 리더십이 전제돼야 구성원들의 공감과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윤리적으로 끌어가되 집단사고는 경계하는, 더 많은 진정한 리더의 출현을 기대한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2호(2013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경제민주화 논란의 허와 실

▼ 스페셜 리포트


작년 말 대선과 맞물려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이 부상했다. 정치적 이슈가 뒤섞이면서 개념도 방법도 명확하지 않아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재벌 때리기’나 ‘협력업체와의 상생’, ‘양극화 해소’나 ‘일자리 창출’ 등 필요할 때마다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 일쑤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경제민주화 논란의 허와 실을 살펴보고 기업 경영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탐구했다. 아울러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현실 타파 ‘일상 단절’ 활용하라

▼ MIT슬론매니지먼트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마음을 타파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일상적인 단절’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한발 떨어진 곳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위스콘신에 있는 의료기관 테다케어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환자들이 좀더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테다케어의 관리자와 의료진은 직접 환자가 돼 보기로 했다. 입원에서 퇴원까지 환자가 겪는 모든 과정을 경험한 이들은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쉽게 깨닫고 치료 과정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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