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중공업사관학교, 외고-자사고 출신 몰리는 까닭은

동아일보

입력 2013-01-24 03:00 수정 2013-01-24 13: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돈벌며 공부하고 채용보장 ‘1석 3조’

경남외국어고 3학년 윤하영 양(19)은 대학에 진학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올해 졸업과 함께 취업을 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중공업사관학교에 지원해 합격한 것이다. 딸이 남들처럼 대학에 가길 바랐던 윤 양의 아버지도 2년 과정을 마치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윤 양의 선택을 응원했다. 윤 양은 “명문대에 입학한다고 해도 졸업하면 취업난을 겪어야 하는데 차라리 기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학과 함께 채용이 보장되는 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사무직 공채인 ‘중공업사관학교’ 합격자 가운데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등 명문고 졸업생이 올해 13%에 이르러 눈길을 끌고 있다. 중공업사관학교는 대우조선해양이 중공업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자체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졸업하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중공업사관학교 2기 생도 100명을 최종 선발한 결과 외국어고 출신 8명과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자사고인 하나고(서울 은평구 소재) 등 자사고 출신 학생 5명이 합격했다고 23일 밝혔다.

외국어고와 자사고 출신 합격자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13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전문대처럼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공과대학 과정과 기능직을 육성하기 위한 설계·생산관리 전문가 과정으로 나눠 선발했다. 외국어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50명 정원의 공과대학 과정에 주로 지원했다. 합격 관문은 지난해에 비해 좁아졌지만 합격자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대학 대신 기업을 택한 이유는 ‘특목고―명문대―어학연수―인턴’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전통적인 관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대학 졸업장을 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장이 더이상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해 주지 않는 최근의 취업난도 한몫한 것이다.

중공업사관학교 학생은 매년 1000만 원 안팎을 등록금으로 내야 하는 대학생들과 달리 약 25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무료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입사 7년차부터 대졸 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이 같은 혜택과 장점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기 모집 때는 3200여 명이 몰려 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올해도 100명 모집에 2500여 명이 지원했다.

자사고인 미림여고(서울 관악구 소재)를 졸업한 1기 입학생 강보라 씨(20)는 “대학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월급을 받으면서 유명한 교수님들과 회사 선배들한테 배울 수 있어 내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졸 채용이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동등한 승진 기회와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등 고졸 사원을 배려한 사내(社內) 복지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학생들이 중공업사관학교에 몰려든 한 요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선발한 1기 사관생도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2기에 대한 기대도 크다”며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대졸 직원과 차이 없는 조선해양 전문가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합격자를 대상으로 2월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뒤 3월 초 입학식을 갖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