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정부에 바란다]<1>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건전재정포럼 대표

동아일보

입력 2012-12-21 03:00 수정 2012-12-3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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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자리는 경제논리로 풀라

치열한 승부였지만 국민의 선택은 끝났다. 불안한 개혁보다 안정감 있는 변화, 계층 간 대립보다 국민대통합이 당면한 민생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국민은 판단했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보수진영만 대표하는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보살피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줘야 한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3%를 밑도는 저성장 속에서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자영업 불황을 겪어 왔다. 양극화가 심화돼 젊은층, 중산층이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민생 경제의 위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세계 경제 환경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약속한 복지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한 청사진 만드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경제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하는 일부터 착수하기 바란다.

먼저 성급한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성장잠재력은 노동력, 자본투자, 생산성이 결정 요소다. 노동력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미취업 청년들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제대로 훈련해야 한다. 기업 투자를 늘리려면 각급 관청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계류된 허가 서류부터 일제 점검하고, 수송·에너지 등 공공인프라 투자를 신속히 해결해 줘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고용의 70%를 점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 저해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정부 규제나 진입장벽을 과감히 줄이는 개혁 작업에도 착수해야 한다.

복지 확대는 재정건전성의 틀 안에서 추진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정부가 빚을 내서 복지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중에 국가부채의 증가 한도를 설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복지프로그램의 착수 시기와 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기존 예산의 삭감이나 징세행정 개선으로 도저히 해결되기 어려운 복지재원 규모에 대해서는 증세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도 지도자의 용기 있는 리더십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각종 정책 공약들은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부터 먼저 따져 보고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 불공정 행위는 철저히 규제해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분야 자영업자들도 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러면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순환출자 규제와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가계부채의 60%를 점하는 주택담보대출은 1, 2년 후 일시 상환 방식에서 10∼20년 후 분할 상환 방식으로 바꿔 주고 대출 채권의 유동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부동산시장 규제 시스템을 개혁해 1가구 1주택 소유 개념에 얽매여 있는 세제 및 건축규제를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외 개방정책을 후퇴시키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 환경이 어려워진다고 내수 주도의 성장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시장에서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

끝으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서민도 살리고 중산층을 육성하는 민생 대통령으로 성공하려면 선거 때 지지하지 않은 국민 계층과의 소통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기구’를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설득하고 타협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또 헌법기관인 ‘대통령 경제자문회의’를 청와대 내부기구화해서 대통령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국민통합을 통해 민생 경제를 살리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다음과 같은 냉엄한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선거는 ‘정치 논리’로 풀어야 승리할 수 있으나 경제와 일자리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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