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 한번만 신청하면, 요양에서 직업복귀까지 지원”

동아일보

입력 2012-12-17 03:00 수정 2012-12-31 12:1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산재근로자 중심의 ‘맞춤형 통합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그는 “산재를 입은 근로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평범한 직업인으로서의 삶”이라며 “이들의 꿈을 위해 요양부터 재활, 직업 복귀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제공
“최초의 사회보험인 산업재해보험이 2년 뒤에는 설립 50주년을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산재근로자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신청하거나 절차를 거쳐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단 한 번의 신청으로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패키지’로 서비스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55)은 2010년 취임 이후 도입한 ‘맞춤형 통합서비스’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맞춤형 통합서비스는 공단 중심이었던 기존 서비스를 산재근로자에게 맞춘 것. 50년 가까이 자리 잡은 업무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꾼 이유는 조직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30년 가까이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일한 뒤 2010년 7월부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다음은 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기존 서비스와 맞춤형 통합서비스가 다른 점은….

산재지정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산재 근로자들. 공단은 ‘잡코디네이터’를 통해 이들의 성공적인 직업 복귀를 돕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제공
“지금까지는 근로자가 산재를 당하면 공단에 보상을 요구하고, 공단은 조사해서 산재 여부를 판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요양 과정을 거쳐 직장에 복귀한다. 지금까지는 당사자가 그때마다 모든 절차를 밟아야 했다. 맞춤형 통합서비스는 이런 불편을 없애자는 것이다. 전문교육을 받은 직원들 가운데 ‘잡 코디네이터’를 선발해 산재근로자 요양에서 직업 복귀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처음 도입할 때 내부 반발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반대 의견이 있었다. 인력도 부족한데 업무량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임직원 중에서도 부정적인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 명씩 붙잡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설득했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함께하자. 내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하니 다행히 대다수가 공감해 줬다.”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산재근로자의 가장 큰 꿈은 직업 능력을 회복해 직장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대로 치료받고 몸 상태에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서비스를 통해 공단이 초기 단계부터 지원함으로써 재활서비스 이용자의 직업복귀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2010년에 45.5%였는데 지난해 47.6%, 올해는 54.0%(10월 말 기준)로 올라갔다.”

―대다수 근로자가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만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창업이 늘고 있지만 보통 창업 후 3년 이내에 절반 이상이 폐업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을 위해 올해 초 도입한 것이 자영업자 고용보험이다. 11월 말까지 2만4000여 명이 가입했다. 당초 목표였던 1만5000명보다 1만 명 가까이 많은 숫자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올해 5월부터 택배 기사 및 퀵서비스 기사, 11월에는 예술인까지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하는 수많은 보조출연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가입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근로자뿐 아니라 사업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있기 때문에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출퇴근 때 재해를 입은 근로자도 산재 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상당수 선진국에서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도 벌써 적용이 됐어야 하지만 여러 이유로 늦어지면서 그 공백을 민간보험이 메우고 있다. 오히려 이제는 복잡한 문제가 너무 많아져 산재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부터 보험료 분담, 사업주의 재해보상 책임, 도로교통법 등 특례법 위반 때 인정 문제, 민간보험과의 조정 등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가 많다. 하지만 늦었다는 이유로 계속 도입을 미룰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근로자 복지 문제가 중요한 이슈인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물가는 오르고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줄고 있다. 가계부채도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근로장려세제 확대, 사회보험료 지원 등 여러 조치를 내놓고는 있지만 저소득 근로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들을 위한 공공복지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복지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2013년 공단의 주요 계획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국내 경제 사정도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 취약계층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들에 대한 고용·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것이다. 또 산재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재활서비스를 특화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확대하겠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