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오바마 재선 비밀병기는 ‘마이크로 타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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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13 03:00 수정 2012-12-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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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캠프서 발송한 e메일 2만여통 분석

2012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가운데)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페이스북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도구는 바로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기법이었다. 마이크로 타기팅은 정교하게 소비자를 세분해 각각 다른 메시지나 가치를 제공하는 첨단 마케팅 방법론이다. 오바마 선거캠프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개인화된 e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뿌렸다. 뿌려진 e메일 중 2만여 통을 분석한 결과 1500가지 변형이 있을 정도로 e메일들은 정교하게 구성됐다. 오바마 캠프가 얼마나 마이크로 타기팅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이 활용한 마케팅 기법의 의미와 경영자에게 주는 교훈을 제시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9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1500가지 소통방식

미국 대통령선거를 8개월 앞둔 올 3월 미국의 전직 언론학 교수 대니얼 싱커 부부에게 오바마 캠프로부터 e메일이 도착했다. 같은 날 같은 집에 사는 남편과 부인에게 날아온 e메일의 발신자는 같았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남편에게는 오바마 웹사이트에 관한 내용만 짧게 제공했다. 반면 부인에겐 대통령 부인과의 저녁식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호기심을 갖게 된 싱커 교수와 탐사보도 전문 언론사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트위터와 구글을 통해 오바마 캠프에서 발신한 약 2만 통의 e메일을 모아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2만여 통의 e메일에서만 800개의 메시지와 1500가지의 개인별 변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e메일에 응답하면 내용이 즉각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바마 캠프의 분석팀은 e메일 내용에 클릭 한 번으로 소액의 선거자금을 낼 수 있는 ‘빠른 기부’ 버튼을 넣었는데,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금액을 다르게 요청한다. 2달러의 기부 요청에 응하면 다음 e메일에는 5달러를 제안하고 100달러를 낸 사람에게는 250달러를 요청하는 식이다. 그 결과 오바마 캠프는 e메일로도 많은 선거자금을 모았다.

또 오바마 캠프는 롬니 캠프에 비해 훨씬 빈번하게 e메일을 발송했다. 프로퍼블리카의 기자 한 명이 일부러 롬니와 오바마 양쪽에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했다. 가입일로부터 투표일까지 롬니 캠프가 445통의 e메일을 보내는 동안 오바마 캠프에서는 무려 4배에 가까운 1651통을 발송했다.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별로 ‘설득가능점수’를 매겨 이에 따라 개인화된 설득용 e메일을 발송했다. 전화통화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렸더라도 그 지속기간이 불과 3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의 개인성향에 맞춰 개를 좋아하는 유권자에게는 오바마가 키우는 개의 근황을 알려주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은 유권자에게는 오바마의 풍력산업 정책에 대한 e메일을 보냈다.

○ 오바마의 비밀병기

2008년 대선이 끝난 후 오바마 캠프는 시카고의 비밀사무실에 빅데이터를 전담하는 ‘비밀동굴팀’을 조직했다. ‘선거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것을 측정한다’는 모토를 걸고 선거캠프의 데이터분석팀 규모를 2008년에 비해 5배나 키웠다. 만약 어느 유권자가 페이스북의 오바마 캠프 페이지에 ‘좋아요(like)’ 버튼을 누르면 그와 동시에 캠프는 유권자의 페이스북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성향의 언론에 우호적인지, 어느 분야에 종사하며 어떤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모두 집계한다. 그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에 있는 회원의 정보도 수집해 이 유권자에 대한 입체적 성향을 파악한다. 유권자가 오바마 캠프의 e메일 수신자 그룹에 가입하고 홍보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마우스가 클릭하는 기록을 모두 저장한다. 어떤 정책 내용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지를 비롯해 인터넷에서 옮겨 다닌 이동경로의 흔적을 최대한 데이터로 수집한다.

○ 빅데이터 활용

개인 맞춤형 편지를 대량으로 발송하는 것이 ‘비밀동굴팀’ 전략의 전부는 아니었다. 오바마 캠프의 메일링리스트에 가입할 때는 우편번호를 반드시 입력하게 되는데, 시스템은 이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유권자와 가장 유사한 지지자들이 참가하는 모임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육아를 고민하는 부모모임’ ‘정보기술(IT) 정책에 관심 많은 개발자 모임’ ‘오바마를 지지하는 아시아인’ 같은 것인데, 이러한 모임에 참여하면서 후보의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한다.

필립 코틀러는 최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 강연에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빅데이터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활용한 결과”라고 평했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어디에 사는지, 나이는 몇인지, 성별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 국내 기업도 이용

마이크로 타기팅은 기업들에 더 필요하다. 국내 한 영어교육 전문기업은 행정동보다 40배 정교한 통계청 집계구를 바탕으로 0∼4세 유아인구를 분석하고 있다. 이 기업에서 전략마케팅을 책임지는 P 팀장은 0∼4세를 대상으로 신규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요즘 시내를 다닐 때는 유모차와 젊은 엄마들만 눈에 보인다”고 한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에게 마케팅을 할 30개의 신규 학습 홍보관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시장분석의 최소 단위는 행정동 기준이었다. 서울을 분석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평균 크기가 여의도 면적의 절반 규모였다는 뜻이다. 2010년부터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집계구 단위로 제공한다. 2010년 기준으로 서울시의 통계청 집계구는 1만6471개이다. 행정동보다 훨씬 정교하다. 과거 행정동 단위로 시장을 분석한 것이 돋보기 수준이라면 통계청 집계구 단위로 지역을 분석하는 것은 현미경 수준이다.

○ 작은 것이 더 크다

오바마 캠프는 미국인 1억 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리해 패턴과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선거캠프 직원들은 정치 전략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선거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그래서 19세기식 지역 가르기와 20세기식 언론홍보 중심의 선거운동 관행을 없애고, 유권자 개개인을 의미 있는 개별 단위로 다루는 21세기형 분석법에 따라 선거의 새 지평을 열었다. 거대한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중요한 무늬와 패턴을 작게 짚어낸 것이다. 마이크로 타기팅은 작은 것들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또 조직이 작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자극한다. 중요한 변화는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나중에 지도 전체를 바꾼다.
:: 마이크로 타기팅 ::

목표가 되는 고객 집단을 극도로 세분하고 세분 집단의 욕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해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통 기업들은 20대 젊은층이 대체로 유사한 성향을 지녔다는 가정을 하고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마이크로 타기팅 방법론을 적용하면 관심사나 취미, 소득, 성별, 성격, 학력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수많은 집단을 추출해 개인별 특성을 반영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박용재 GIS United 연구원 yongjae.park@gisutd.com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9호(2012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월마트가 한국서 실패한 까닭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된 지금, 해외 진출은 많은 기업의 꿈이자 목표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유통업체가 해외로 나가 점포를 내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가 세계화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월마트는 독일과 한국에서 사업 부진으로 철수했다. 테스코는 프랑스와 대만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업종 특성상 세계화에 나선 유통업체는 다른 기업이 겪지 않는 독특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유통업체에 적합한 세계화 방법과 전략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3.0 전략

▼ 스페셜리포트


지금은 ‘마케팅 3.0 시대’다. 이 시대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수용하기를 거부한다. 뛰어난 기능은 물론이고 예기치 못한 즐거움과 감성적 충족을 누릴 수 있게 해야만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DBR는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초청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소비자에게 맞는 마케팅 전략과 통찰을 들었다. 마케팅 3.0을 실무에 적용해 성과를 낸 국내외 기업의 생생한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마케팅이란 학문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거장의 지혜와 통찰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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