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연장구간 부동산시장 ‘들썩’

동아닷컴

입력 2012-11-06 03:00 수정 2013-01-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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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모 씨(34)는 두 달 전 전셋집을 회사 근처에서 성동구 성수동으로 옮겼다. 분당선 연장선(왕십리∼선릉)이 지난달 개통되면서 강북에서 강남으로 출근하기가 한층 수월해졌기 때문. 이 씨는 “강남 전세금이 너무 올라 다른 곳을 알아보다가 마침 지하철이 새로 뚫린다기에 이곳으로 이사왔다”며 “계약할 때만 해도 역삼동 집보다 8000만 원 정도 싸게 구했는데 요즘 수요가 늘다 보니 몇 달 새 3000만 원은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4분기(9∼12월) 들어 서울 및 수도권 지하철 연장구간이 잇따라 개통되면서 ‘신역세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으로 가는 새 길이 뚫리면서 지하철이 지나는 인근 지역은 상권이 살아나고 전세금이 들썩이는 등 시장도 호재를 맞고 있다.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되면서 서울숲역, 압구정로데오역 등이 새로 생겼고 기존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도 가능해 강남권 및 분당에서 강북으로 오가기가 수월해졌다. 교통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세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전세금도 크게 뛰고 있다. 서울숲역에서 가까운 성동구 성수동의 한 아파트단지는 102m² 전세금이 9월 초 2억6000만 원 선에서 현재 2억8000만∼2억9000만 원으로 올랐다. 성수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아파트 전세금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분당선 연장선 개통을 노려 전세금이 비교적 싼 성수동이나 행당동으로 몰려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쪽으로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온수∼인천 부평구청)이 지난달 말 개통돼 인천 부천 등 경기 서남권지역에서 서울로 접근하기 편해졌다. 연장선을 이용하면 강남의 중심인 고속터미널역, 반포역, 청담역까지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천 중동신도시 등 연장선 개통 지역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강남권 등으로 출퇴근하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의 한 아파트단지는 91m² 전세금이 최근 1주일 사이에 1500만 원 올라 1억7000만∼1억8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다음 달에도 지하철 연장구간이 잇따라 개통될 예정이어서 주변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다음 달 중순 경의선 연장선(디지털미디어시티∼공덕)이 개통되면 지하철보다는 광역버스에 의존하던 경기 파주 일산지역 직장인들의 서울 도심 출근이 쉬워져 전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선 연장선 남쪽 구간인 기흥∼망포 구간도 추가로 뚫리고, 경춘선 별내역, 신내역도 다음 달 개통된다. 이 때문에 연초만 해도 미입주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는 서울로부터 세입자가 많이 유입되면서 최근 전세금이 수천만 원씩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하철 개통 효과를 노리고 인근 지역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하철 개통 효과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황금노선’이라 불리던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은 2009년 7월 개통 직후 신설역 인근 집값이 반년 만에 10% 이상 뛰었지만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 7호선 연장으로 수혜가 예상됐던 중동 신도시와 성동구 서울숲역 주변은 전세 가격만 들썩 일뿐 매매 가격은 급매물이 나오면서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서성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침체와 글로벌 경기 불안 등으로 역세권 프리미엄은 이미 옛말”이라며 “다만 역세권 아파트는 부동산 불황기에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오를 때는 다른 지역보다 상승 여력이 높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 저가매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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