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 바이어들에게 파격 주문

동아일보

입력 2012-10-31 03:00 수정 2012-12-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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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신경쓰지 말고, 매장 구성해 보세요”

“매출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말고 평소 꿈꿨던 브랜드를 유치하거나 매장을 구성해 보세요.”

백화점 바이어에게 이런 주문은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요즘처럼 매출 부진에 빠진 백화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대백화점 하병호 대표(사진)가 최근 바이어들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매출 때문에 차마 내지 못했던 비현실적인 브랜드 입점안이나 매장 구성에 대한 기획안을 받았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획안에 대해서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계획이다. 이 백화점은 어려울수록 경기가 좋아질 나중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에서 ‘유비무환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상품본부 내 14개 팀 소속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에는 총 100여 건의 기획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우선 2개 기획안이 선정돼 12월부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승호 모피 바이어가 제출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모피 액세서리 브랜드인 ‘오(Oh)’. 모피 매출이 떨어지며 대형 기획행사만 진행해 오던 이 바이어가 새로운 형식의 모피 브랜드를 발굴하던 도중 알게 된 브랜드다. 이 바이어는 “이제까지 의류에만 맞춰져 있던 모피 상품을 액세서리를 비롯한 잡화류로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획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각종 과일 주스에 천연재료가 함유된 음료들을 섞어 마실 수 있는 ‘에너지 부스터 음료바(Bar)’도 우수기획으로 채택돼 무역센터점에 매장을 연다. 식품관 내 카페 대부분이 완성된 음료를 판매하는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재료들을 섞어 ‘나만의 음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관리 업무에 집중됐던 바이어에게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한 사람의 기대가 현실로 드러나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이 프로젝트가 전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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