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석]“北송편, 南보다 3배 크디요… 명절 스트레스, 뭔말입네까”

동아일보

입력 2012-09-28 03:00 수정 2012-09-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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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이만갑’ 탈북미녀 3인의 한가위 수다

종합편성TV 채널A의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 중인 ‘탈북미녀’ 윤아영 김아라 문성림 씨(왼쪽부터). 이들은 “정이 넘치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며 “통일이 돼 북에 남겨진 가족들과 추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복협찬 박술녀 한복

《“북에 남은 가족들…. 이번 추석에는 만나러 가고 싶습네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문득 ‘그녀’들의 한가위 이야기가 궁금했다. 종합편성TV 채널A의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 중인 탈북미녀 윤아영(29·함북 회령), 문성림(27·함북 청진), 김아라(22·함북 회령) 씨를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복연구가 박술녀 씨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산(離散)의 사연과 남북의 사회 문화 차이를 이야기하는 이 토크쇼에서 윤 씨는 ‘엉뚱발랄 달변가’로, 문 씨는 할 말은 하는 깜찍한 여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 씨는 수려한 미모로 ‘아라 공주’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팬클럽까지 생겼다. 이들과 명절 한복을 입어보며 남북한 한가위에 대해 이야기했다.》

=송편이 작아 놀랐어요. 색깔이 예뻐 시장에서 보자마자 사서 먹어봤는데…. 씹었더니 설탕물과 깨가 들어있더라고요. 너무 달아 입에 안 맞았어요(웃음). 북에서는 남한 송편보다 3배 정도 크게 만들어요. 속에는 시래기와 팥을 넣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만들던 송편…. 그립습니다.


=알록달록한 한복이 인상적이었어요. 중전마마 옷처럼 화려해 놀랐습니다. 북에서는 검정색 주름치마에 하얀 저고리 한복만 입거든요. 결혼할 때나 살구색으로 된 한복을 입어요(웃음).

이들은 “북한은 식량난이 가속화된 ‘고난의 행군’(1995∼96년) 시기를 거친 뒤 명절 때 배급되던 특식이 대폭 줄었다”며 “2000년대에는 추석 때 가구당 옥수수 가루로 만든 과자 1kg과 소량의 간장과 된장, 이면수 혹은 청어 3마리만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북한 주민들은 배급용으로 탄 쌀을 평소 조금씩 아껴놨다가 추석 전에 시장에서 팔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고사리 같은 산나물 못 올려


=북에서 먹던 밀가루 과자도 많이 생각나요. 가로세로 3cm의 네모난 과자인데, 못 씹을 정도로 딱딱했어요. 밀가루로 만든 지짐이(부침개)도 많이 만들었답니다. 딱 가운데를 잘라 반달 모양으로 만든 후 두 손으로 잡고 먹어요. 햄버거 먹듯이요. 아…. 엄마 생각도 많이 나요. 엄마가 “추석인데 독에 쌀조차 없다”고 저희를 보며 우셨거든요.

=남한에서는 ‘명절 스트레스’가 있다던데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에요. 음식을 많이 장만해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부들의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저는 가자미 찜도 많이 먹어요. 가자미에 칼집을 내 솥에 찐 후 양념장을 뿌리는데. 그 맛이 캬아∼. 북에서는 추석 음식에 고춧가루를 쓰지 않아요. 돌아가신 조상께 올릴 음식이라 화려한 색깔의 양념을 쓰지 않습니다. 고사리, 도라지 등 산나물도 못 써요. 조상들이 주로 산에 묻히다 보니까요. 콩나물, 시금치 등 밭에서 나오는 나물만 씁니다.

=남에서는 토란국을 먹던데…. 북에서는 생탯국을 먹어요. 생태에 두부를 넣어 만듭니다.

남한에서의 추석은 어땠을까? 문성림, 윤아영, 김아라 씨는 각각 2002, 2004, 2009년에 남한에 도착했다.


명절만 되면 北친지들 생각에 눈물

=북에서는 추석 전부터 설렘이 컸어요. 근데 남한은 아니더라고요. 2005년인가? 남한에서 맞는 첫 추석 때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추석에는 뭐 먹어”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매일 먹는 음식인데 뭘 더 만들어 먹냐”며 음식 준비를 안 하시더군요. 남한에서는 음식이 흔하니까요. 북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도 옹기종기 모여 가족끼리 정을 나눴는데….

=남한 추석에는 놀거리가 많아 좋았어요. 북한은 하루만 쉬거든요. 반면 남한은 연휴 동안 영화, 공연도 보고 여행도 가죠. 북한에서도 추석은 1년 중 영화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었어요(웃음). 동네마다 TV가 있는 집이 한두 곳 있는데 추석 저녁이면 다들 이 집에 모입니다. 평소에는 뉴스만 방영하지만 추석 때는 러시아, 중국 영화를 틀어줬어요.

윤 씨는 가족 모두 남한에 살고 있지만 문 씨는 함께 탈북한 언니 2명이 중국에서 행방불명됐다. 김 씨 역시 세 살 어린 친동생이 북에 남아있다.

=추석만 되면 꿈을 꿉니다. 자매가 모여 방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는 꿈요. 어릴 때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언니들과의 다툼마저 그립습니다. 한마디해도 되죠? “언니들아…. 명절인데 먹을 건 챙겨 먹고 다녀? 결혼은 했는지도 너무 궁금해. 나도 조카가 생긴 건 아닐지…. 내년 추석에는 꼭 보자.”

=친동생이 회령에 있어요. 2002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저만 남한으로 넘어왔거든요. 명절만 되면 동생이 어디서 굶고 있지는 않은지 눈물이 납니다. 다시 만나면 동생이 원하는 모든 걸 다해 주고 싶어요. 사랑한다, 아우야.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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