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델보스케-퍼거슨-히딩크 마법 비결은 관찰력

동아일보

입력 2012-08-23 03:00 수정 2012-08-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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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유로 2012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은 싱겁게 끝났다. 경기 후 카메라가 선수들을 비추는 사이 스페인의 명장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조용히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UEFA 챔피언스리그, 월드컵, 유로 등 3개 대회 우승컵을 모두 들어올린 감독은 그가 처음이다. 그가 밝힌 승리의 비법은 3P다. 3P는 압박(Pressing), 점유(Possession), 심오함(Profundity)을 말한다. 상대편이 공을 소유할 때 압박하고, 우리 팀이 볼을 보유할 때는 독점적으로 점유하며, 공격할 때는 심오함으로 압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경기에서 스페인은 짧은 패스를 활용했다. 이탈리아보다 1.4배 많은 패스를 시도했고 그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10m 이내의 짧은 패스였다. 스페인이 10m짜리 짧은 ‘칼’로 승부하는 동안 이탈리아는 30m짜리 긴 ‘창’으로 경기에 나섰다. 긴 ‘창’의 이탈리아 군단이 넓게 움직일 때 스페인은 기민하고 예리한 ‘칼’을 들고 투우사처럼 상대방의 급소를 찔렀다. 공간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 이탈리아를 제압한 것이다.

현대 축구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분석한다. 이름난 축구감독들은 모두 뛰어난 관찰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선수 영입 이유를 ‘그의 탁월한 공간 이해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꾸준히 그의 움직임을 관찰해 왔다는 얘기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는 관찰자 같은 태도로 팀을 조련했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통찰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관찰이 선행돼야 한다. 스포츠에서 검증된 관찰 및 시각화 기법을 경영에 접목하는 방법론이 DBR 111호(8월 15일자)에 실렸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지도로 시각화하면 전략이 드러난다

○○생명은 보험 설계사별로 계약이 완료된 고객의 위치를 컴퓨터 지도(GIS)에 올렸다. 축구장에서 모든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평가해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도1과 2는 ○○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A와 B가 어디서 보험금을 얼마나 유치했는지 보여주는 성과지도다. 보험 계약금액이 크고 많을수록 파란색 밀도값은 진해진다. 설계사 A는 지도1에서처럼 서울 전역에 고루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설계사 B는 강남구 중간에 강력한 고밀도 1개 지역과 서초구에 중밀도 1개 등 모두 6개 권역에 편중돼 있다. A는 지리적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추구했고 B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A와 B 중에서 누가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을까. 동일한 분석 기간에 A는 고객 160명, 보험금 3496만 원의 성과를 올렸다. B는 고객 720명, 보험금 5억2925만 원의 성과를 올렸다. B가 A를 압도했다.

A는 이탈리아 축구팀처럼 서울 전역을 넓게 이동하며 작전을 수행했다. 중랑구 한 곳의 고밀도 지역을 제외하면 12개 작전 지역을 매일매일 신경 써야 한다. 반면 B는 강남구 도곡동 지역 반경 1km 이내 고밀도 지역의 고객 57명으로부터 평균 200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유치했다. 설계사 B를 스페인 축구에 비유하자면 비좁은 공간에서 3P를 실천하고 있다. 스페인 미드필더처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시장, 가장 높은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특정 고객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높은 점유율로 해당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성급한 영업책임자는 두 장의 지도를 A에게 보여주며 야단칠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 뽑아온 성과지도를 그렇게만 사용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축구 명감독이 작전을 짜듯, A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대안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생명 소속 수도권의 설계사 중 실수령금이 가장 많은 최상위 20명을 따로 추려 지도를 그려봐도 공간 전략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최상위 설계사들이 자신의 매출을 올리는 제1핵심 행정구 1개의 매출 비중은 평균 40%에 달했다. 제2핵심 행정구역 1개의 평균 매출 비중은 17%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슈퍼스타들은 수도권 79개 행정구역 중 단 2곳에서 57%의 매출을 확보한 것이다. 고성과 영업사원의 비밀은 공간 활용 역량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관찰에서 구하라

퍼거슨 감독은 축구감독을 하기 전 항구 근처에서 선술집을 운영한 적이 있다. 선술집 사장이 21세기 최고 명장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관찰이다. 그는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선수를 골라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경기 준비”라고 강조한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선택한 것도 관찰 덕분이다. 실제 박지성의 활동을 지도로 놓고 보면 다른 선수보다 월등하게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히딩크 감독도 한국 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이미 30편의 비디오를 분석하면서 해법 구상을 마무리했다. 경영자들도 축구감독과 다르지 않다. 여러 장의 지도를 그려보면서 최적의 인재를 발굴하고, 최고의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관찰은 통찰에 선행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1호(2012년 8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기업에 ‘디자인적 사고’를 심어라

▼ 스페셜리포트


스티브 잡스가 죽은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애플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흔히 애플의 저력은 ‘예술가적 직관과 엔지니어적 사고의 융합’에서 나온다고 한다. 잡스처럼 직관적, 감성적 사고와 논리적, 분석적 사고를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산업디자이너이다. 문제는 이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 즉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어떻게 경영자들에게, 또 기업문화에 이식시킬 수 있느냐다. 이번 DBR 스페셜리포트에선 디자인적 사고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 및 실제 적용 사례들을 다뤘다. 디자인적 사고의 창시자 격인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의 짧지만 통찰력 있는 글도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소매시대 생존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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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매 업계는 대개 50년을 주기로 커다란 파고를 맞아왔다. 150년 전에 대도시가 발달하고 철도망이 확대되면서 현대적인 백화점이 생겨났다. 그로부터 50년 뒤엔 자동차 상용화 덕택에 전문 매장들로 가득한 쇼핑몰이 교외에 새롭게 조성되며 백화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1960, 70년대가 되자 월마트, 케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전문매장을 특화해 대형화한 서킷시티, 홈디포 같은 매장도 등장했다. 대형마트와 대형 전문매장 모두 백화점 같은 구식 쇼핑몰의 기반을 약화시키거나 변화를 초래했다. 지금은 디지털 소매(digital retailing)가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닷컴, 이베이 등 인터넷 기반 업체들이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거래 방식을 들여왔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소매는 기존 소매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이런 변화에 대처하려면 ‘전방위적 소매(omni-channel)’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미래 유통업을 주도할 새로운 전략 대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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