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밥상 물가’ 비명

동아일보

입력 2012-07-11 03:00 수정 2012-07-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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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경제위기에 곡물값 급등까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및 곡물투기 열풍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럽발(發) 금융위기로 성장둔화 조짐이 뚜렷한 한국경제에 ‘식탁물가 쇼크’라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10일 위기대응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서둘러 농산물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황이 곡물가격 급등으로 세계 각국에서 식량난과 폭동이 발생했던 2008년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세계 ‘밥상물가’ 빨간불

국내 농산물 가격은 가뭄이 이어진 5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중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6월보다 11% 상승했다. 5월(13.9%)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이다. 특히 파(84.7%) 배추(65.9%) 양파(45.2%) 같은 ‘서민 품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 대비 2.2%였던 점을 고려하면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식품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올랐다. 칠레(6.7%) 아이슬란드(6.6%)에 이어 34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기상이변으로 주요 곡물 수출국의 작황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최대의 콩(대두)·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이 비상이다. 미 동부를 강타한 폭염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두 곡물의 생산량이 줄었고 품질도 나빠졌다. 미 농무부는 올해 생산된 콩, 옥수수 물량의 40%에만 ‘양호’ 또는 ‘우수’ 등급을 줬다. 미국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공급 부족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콩 가격은 9일 하루 3%나 오르며 t당 612달러에 거래됐다. 2008년 7월의 최고치(609달러)를 넘어선 가격이다. 밀도 t당 298달러에 거래돼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고, 옥수수도 하루 만에 5%가 넘게 올랐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밀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도 곡물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은 최근 가뭄으로 곡물 생산에 차질을 빚다가 지난달 말에는 반대로 폭우가 쏟아져 5만 ha의 논밭이 물에 잠겼다.


○ 정부 수급 안정 위해 긴급 대응

최근의 국제 곡물시장의 상황은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과 비견된다. 당시는 중국 등 개도국의 곡물 수요 급증, 일부 국가의 곡물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 등 ‘수요 급증’이 식량쇼크의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각국의 저금리 정책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 투기자본들이 곡물 선물(先物)시장으로 몰려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관계 기관들과 함께 농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일단 국제 곡물 가격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25일로 예정됐던 ‘국제 곡물 관측시스템’을 2주 정도 앞당겨 10일부터 가동했다. 또 수입한 콩의 정부판매가를 kg당 1020원으로 고정하고, 밀과 옥수수는 할당관세를 적용해 가격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콩과 옥수수는 12월, 밀은 10월분까지 최소 4, 5개월분을 확보해 당분간 수급 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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