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벤처기업… 알고보니 대기업의 힘!

동아일보

입력 2012-07-10 03:00 수정 2012-07-10 10:0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작년 매출 1000억 이상 381곳… 1년새 66곳 늘어
車-전자 쏠림… 상당수 삼성전자-현대차 협력사


특수 전선의 일종인 ‘권선’을 제조하는 ㈜삼동은 2006년 삼성전자에 에어컨 모터 부품을 납품하면서 7년째 승승장구하고 있다. 설립 11년 만인 2001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던 이 회사는 10년 만인 지난해에는 매출 1조600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곳은 NHN과 삼동 두 곳뿐이었다. 삼동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GE, 지멘스 등 국내외 대기업의 주요 공급업체로 선정된 뒤로 매출액이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벤처업계에도 전자와 자동차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기업 의존도가 낮은 분야의 벤처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이른바 ‘1000억 벤처기업’은 모두 381곳으로 2010년보다 66개가 늘었다. 이 가운데 기계·제조·자동차 업종에 속한 업체가 119곳이고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 관련 업체가 92곳이다. 두 업종에 속한 업체만 모두 211곳으로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인 55%에 해당한다.

기계·제조·자동차 분야 1000억 벤처기업은 지난해보다 38개사가 늘었고,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 업종도 전년도(73개사)보다 19곳이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파인텍(휴대전화 부품 조립 제조)을 비롯해 테라세미콘(반도체 장비 제조), 우리이앤엘(반도체소자 제조) 등 7개 업체가 두 업종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을 주력 공급업체로 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소기업청 분석에 따르면 전체 벤처기업의 75%가 B2B(기업간 거래) 영업을 하는데 이 가운데 40%가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벤처기업 사장들 사이에서 “삼성이나 현대 둘 중 한 곳만 잡아도 성공한다”는 얘기가 진정한 노하우로 통할 정도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지난해 새로 1000억 벤처기업에 이름을 올린 업체의 60%가 기계 금속 분야였다”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힘입어 자동차와 전자 분야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만큼 업황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의료·정밀 분야에서는 1000억 벤처기업이 23곳에서 14곳으로 줄었고 통신기기·방송기기 분야도 26개에서 19개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대기업 의존도가 낮은 독립적 벤처기업도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1000억 벤처기업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성공한 업체 대부분이 국내 대기업의 후방기업들이라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남민우 한국벤처기업협회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독립적인 벤처기업들도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공정 경쟁과 동반성장이 보장되는 정책적 지원 및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