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7개국 정부 “국경 통제 부활하자”

동아일보

입력 2012-06-09 03:00 수정 2012-06-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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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 늘어 사회혼란 불러”… 솅겐조약 최장 2년 중단 합의
유럽의회 승인 받아야 발효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국경을 철폐한 솅겐조약의 적용을 중단하고 출입국 통제를 부활키로 했다.

EU 27개국은 7일 룩셈부르크에서 내무·법무장관들이 참여한 이사회를 열어 검문과 여권 심사 등의 절차 없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한 솅겐조약의 적용을 최장 2년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개정안은 불법 이주자 유입 단속에 ‘지속적으로 실패한’ 나라에 한해 이웃 나라들이 이 나라와의 국경을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국경 통제는 1회에 6개월간 시행하되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회원국은 또 국경 통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EU 차원의 감독 강화에도 합의했다.

이사회가 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불법 이주자 유입의 급증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와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복지가 축소되자 불법 이주자들 때문에 피해가 커진다는 정서가 유럽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랍의 봄’ 이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민 수만 명이 이탈리아 등을 통해 유럽으로 밀입국해 들어오면서 문제가 커졌다. 또 그리스 정부는 인접국 터키에서 유입되는 아시아 국민의 불법 유입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이민자 반대를 외치는 극우정당들이 유럽 각국에서 득세하고 있다.

국경 통제는 3개월 이상의 면밀한 감독과 평가를 거쳐 ‘EU의 공공정책이나 치안에 심각한 위협이 확인된 경우에만’ 할 수 있게 한다는 단서가 붙었고,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발효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EU의 국경 통제 부활이 유럽 통합의 상징인 자유로운 이동과 이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오히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유럽이 이민자들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솅겐조약에는 EU 27개 회원국 중 영국 아일랜드 키프로스를 제외한 24개국이 가입해 있다. 또 비(非)EU 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리히텐슈타인도 가입국이며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조만간 가입할 계획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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