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20년 이웃’ 한-중, 새로운 20년은 □□다

동아일보

입력 2012-06-04 03:00 수정 2012-06-0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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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와 미국이 그래왔듯이 중국은 앞으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우리의 미래와 만날 것이다.”(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8월 24일이면 한중 수교 20년을 맞는다. 1992년 4만 명에 불과했던 한국인 중국방문객은 지난해 418만 명으로 급증했다. 중국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중국인 한국방문객 역시 1992년 9만 명에서 지난해 220만 명으로 증가했다.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한 나라 가운데 서로의 비중이 이처럼 급속하게 커진 경우는 외교사에도 드물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두 나라 간 상호의존도는 깊어졌다. 한국 경제가 자본재 등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수교 당시 63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2206억 달러에 이르렀다. 생산기지 역할을 한 중국이 없었다면 한국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조기에 탈출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 역시 한국의 시장경제 경험과 앞선 기술의 전수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번영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경을 굳게 닫고 적대하던 한중관계가 20년 만에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상생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 한국에게 중국은 □□ 다

동아일보는 외교 경제 관광 교육 문화 등 각계의 중국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선 한국과 가장 큰 이해관계국인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을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겨 달라고 요청했다.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15명이 모두 중국을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꼽았다. 현재 미국과 함께 G2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는 미국을 제치고 ‘슈퍼 파워’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세계에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동아일보는 자문위원단에게 ‘한국에게 중국은 다’라는 질문을 던지고 빈칸을 채워 달라고 했다. 이들이 채운 빈칸에는 살길, 문전옥답(門前沃畓·집 앞 기름진 논), 바다, 아킬레스건, 갯벌, 동반자, 파이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자문위원 중 상당수가 중국이라는 시장이 가진 양면성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KOTRA 안에서도 손꼽히는 중국통상 전문가인 박한진 KOTRA 중국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갯벌’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시각에선 갯벌처럼 자원과 먹을거리의 보고(寶庫)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한국의) 발이 빠지는 늪지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면 그에 따른 위험성도 커진다는 의미다. 1992년 4%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의존도가 현재는 20%를 넘어섰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발전과 국운(國運) 변화에 ‘최대의 기회이자 위협’이라는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중국 대사관 공사와 주홍콩총영사관 총영사를 지낸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을 품은 ‘송무백열(松茂栢悅·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로 두 나라의 관계를 설명했다. 석 사무총장은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로서 우리에게는 경제협력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중요한 협력대상 국가”라고 말했다. 수교 당시 ‘우호협력 관계’로 시작됐던 두 나라 관계는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 ‘세계의 시장’이 된 중국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던 중국이 엄청난 경제력을 갖추면서 이제는 생산과 소비에서 ‘세계의 시장’이 됐다. 세계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7.9%에서 2020년 15.9%로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이 수입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긴밀히 맺어졌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220만 명으로 2010년 대비 23.6% 급증했다.

제조업은 물건이 소비자에게로 이동해야 소비가 이뤄지지만 서비스업은 소비자 자신이 서비스가 생산되는 곳으로 가야만 소비가 일어날 수 있다. 관광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건을 팔아서 수출하는 것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가 관광에서 발생한다. 김대관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은 제품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이지만 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업은 사람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이 된다”며 “15억 중국 인구의 1%만 한류를 좇아 한국을 찾는다면 연간 1500만 명의 중국인 고객을 확보할수 있다”고 말했다.

명동과 제주를 활보하는 중국인들은 우리에게 기회인 셈이다.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관광산업의 경우 중국은 5%밖에 진행이 안 된 ‘원시림’ 같은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바로 이웃한 우리에겐 ‘문전옥답’이다.

■ 동아일보 자문위원단이 본 ‘한국에게 중국은 □□다’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고위성 서울관광마케팅 과장

‘아킬레스건’=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관평가-컨설팅연구센터 소장

‘바다’=김대관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

‘동반자’=김춘추 중국인유치자율관리위원회 위원장(킴스여행사 대표)

‘기회’=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파이’=권용옥 남서울대 중국학과 교수

‘살길’=박근태 CJ 중국본사 대표

‘갯벌’=박한진 KOTRA 중국 베이징무역관 부관장

‘가까운 이웃’=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기회이자 위협’=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무한시장’=장병권 호원대 관광학과 교수

‘일본과 함께 양대 축’=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매력적인 시장’=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미래 경제의 라이벌이자 동반자’=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문전옥답(門前沃畓·집 앞에 있는 기름진 논)’=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

* 순서는 가나다순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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