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신화 역군들, 사막서 다시 길을 찾다

유성열기자

입력 2012-05-30 03:00 수정 2015-05-1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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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엑스 취업박람회에 국내 첫 ‘중동 채용관’ 등장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등산가방을 둘러멘 한 노인이 한화건설 부스에서 사전면접을 보고 있었다. 이력서와 자료를 꺼낸 이 노인은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경력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올해 70세인 이원배 씨. 기자가 합격 가능성을 물어보자 “아무래도 나이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내 팔 한 번 만져 봐요. 헬스장에서 날마다 운동하거든. 나, 아직 젊어요. 중동, 꼭 다시 갈 거요”라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씨는 1980년부터 리비아 현지의 건설회사에 취업해 중동 현장을 누볐다. 아랍어와 영어 구사가 가능한 그는 법학 전공을 살려 회사 간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한다. 2003년 퇴직한 뒤에는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09년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가 리비아 근무에 다시 도전했지만 사업이 난항을 겪어 조기 철수했다. “내 꿈? 중동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다 죽는 거지.”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건설회사 부스로 향했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공익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날 박람회는 260여 개 기업과 1만5000명의 구직 희망자가 참가했다. 채용 규모도 2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원자력발전소와 각종 대형 플랜트 수주 등으로 형성되고 있는 ‘제2의 중동 붐’에 맞춰 국내 최초로 ‘중동 채용관’이 설치됐다.

중동전용관에는 한화건설 쌍용건설 등 국내 건설사뿐만 아니라 두바이 수·전력청(DEMA), ‘에미리츠 어드밴스트 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중동 현지 기업까지 총 2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특히 국영기업인 두바이 수·전력청은 채용인원을 국내 기업보다 많은 50여 명으로 공고해 눈길을 끌었다. 두바이 수·전력청 관계자는 “어시스턴트 매니저급은 연 7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보장한다”며 “무엇보다 영어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동채용관같이 특화된 박람회가 우리 기업에는 안성맞춤”이라고 덧붙였다. 에미리츠 어드밴스트 인베스트먼트도 직원들을 직접 파견해 채용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박람회는 중동채용관같이 구직자와 기업이 편리하게 취업과 채용을 할 수 있도록 특성화 부스를 운영한 것이 특징이다. 고졸 취업을 위한 ‘특성화고 채용관’과 청년구직자를 위한 ‘신입 채용관’, 재취업자나 전역 예정 장병,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등을 대상으로 한 ‘경력 채용관’도 함께 운영됐다.

특히 경북공고 같은 전국 100여 개 특성화고 재학생 3000여 명과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전역 예정 장병 3000명도 박람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에는 KB국민은행과 거래할 때 금리 우대 혜택과 함께 박람회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무료로 지급됐으며 채용 1인당 50만 원이 지원됐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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