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언더독 스토리’ 소비자를 움직인다

동아일보

입력 2012-05-17 03:00 수정 2012-05-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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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의지로 역경 극복한 잡스-오바마-해리포터처럼…

조그만 차고에서 출발한 애플의 잡스, 집 뒤뜰 캠프에서 시작한 미국 대통령 오바마, 고아로 태어나 천대받던 해리 포터…. 이들은 어려운 여건을 희망과 꿈 그리고 열정으로 이겨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흔히 초라하고 볼품없는 사람은 피하고, 잘나가고 성공한 사람 옆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자신의 약점, 징크스 등은 숨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약점이 많고 불리한 상황에 놓인 ‘언더독(underdog)’들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 역경을 딛고 성공하겠다는 ‘열정’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언더독’의 사전적인 의미는 ‘약점이 많아 패배가 예상되는 존재’다. 언뜻 생각하기엔 호감을 얻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열정과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더해지면 언더독은 날개를 단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공감대를 형성해 2차, 3차의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이것을 ‘언더독 스토리 효과’라고 한다. 언더독 스토리 효과에 대한 네루 파하리아 하버드대 연구원 등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전한 DBR 105호(5월 15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연구팀은 첫 번째 실험에서 가상의 회사를 언더독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 회사는 몇 명 안 되는 직원과 적은 자본으로 어렵게 출발했다. 하지만 비전과 열정을 갖고 고난을 극복해서 베스트셀러 제품을 만들어냈다. 다른 회사(톱독·topdog·경쟁에서 이긴 사람을 뜻하는 말)는 정반대였다. 이 회사는 충분한 자본과 우수한 인적자원,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 제품을 갖췄다. 미국인 180명 이상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한 톱독보다는 어렵게 출발해 하나하나 성취해가는 언더독 회사에 더 관심을 보였다. 언더독 회사를 마치 자기 자신처럼 느끼는 경향이 강했고 그 회사가 만든 제품을 사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와 같은 언더독 스토리 효과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두 번째 실험은 미국과 싱가포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각 90명을 대상으로 했다. 마찬가지로 언더독 스토리와 톱독 스토리를 지닌 기업들을 소개하고 반응을 살펴봤다. 톱독 스토리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언더독 스토리는 달랐다. 미국 학생들은 싱가포르 학생들에 비해 언더독 스토리 회사의 브랜드를 자신과 더 강하게 연결시켰다.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개척과 투쟁, 성취의 역사를 지닌 미국이 싱가포르에 비해 언더독 스토리와 더 잘 연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제품을 실제로 구매할 때 언더독 효과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험했다. 미국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일반 영화와 언더독 스토리가 담긴 영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자신이 먹을 초콜릿과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한 초콜릿을 구매하게 했다. 초콜릿은 언더독 회사와 톱독 회사가 만든 제품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언더독 효과는 자기 자신과 관련된 소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자신이 먹기 위한 초콜릿을 구매할 때는 언더독 스토리의 영화를 보고 난 후 언더독 회사에서 만든 초콜릿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한 초콜릿을 살 때는 일반 영화와 언더독 스토리의 영화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오늘날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은 모두 1등을 바라고 달린다. 일단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면 고급스럽고 성공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언더독 스토리 효과를 고려하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험난했던 과거를 알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현재 잘나가는 브랜드라도 창업 초기 혹은 영업 중에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고 노출해서 소비자들이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요소들이 있다. 초라한 시작, 희망과 꿈 그리고 역경 극복이다. 작고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희망과 꿈을 갖고 역경을 극복하며 마침내 고지에 도달하는 스토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언더독 스토리를 활용한 마케팅은 현재 그 상황에 처한 기업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해서 톱독 자리에 올랐더라도 언더독 스토리는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톱독에 오르면 성취감과 자만에 빠져서 열정적인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타성에 젖은 조직을 일깨우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언더독 스토리를 활용하면 좋다. 초창기 부닥쳤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결연한 의지와 열정을 다시 상기시키면 조직 구성원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5호(2012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전략변화 성공 기업의 비결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캐드베리 슈웹스(Cadbury Schweppes)는 1820년대 초 퀘이커 교도들이 설립한 캐드베리가 1969년 더 슈웹스를 합병하며 재출범했다. 두 회사의 문화는 판이했다. 슈웹스 출신 직원들은 캐드베리 쪽 사람들을 ‘소년 성가대원’이자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퀘이커 교도’라고 부른다. 반면 캐드베리 출신 직원들은 슈웹스 측 사람들을 두고 ‘진토닉이나 마셔대는 런던 사람’인 데다 ‘단기적’이거나 ‘카우보이’적 접근 방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관용과 자유의 정신을 적극 지지하는 조직 문화를 토대로 서로에 대한 반대 의견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통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이런 전통은 오늘날 경쟁 업체에 비해 성공적으로 전략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략변화 성공 기업의 비밀에 대해 분석했다.



‘관계’에서 길 찾은 살리에리

▼ Lessons from Classic


영화감독 밀로시 포르만의 1984년작 ‘아마데우스’는 18세기 말엽 유럽 음악계를 대표하는 작곡가였던 살리에리(사진)와 모차르트의 라이벌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평생 원망하는 조역(助役)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실제 그의 모습도 그랬을까. 모차르트 사후 그의 아들과 제자가 살리에리의 문하생이 됐을 정도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사이에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살리에리는 영화 속 묘사와 달리 ‘덕망’을 무기로 삼은 작곡가였으며 ‘관계’를 중요시했던 예술가였다. 변화무쌍한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상호작용’이라는 키워드를 살리에리는 몸소 실천했다. 천재가 되지 않고도 위대함을 보여준 살리에리의 삶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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