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고급 속옷 불티”… 백화점서 보고 홈쇼핑서 산다

동아일보

입력 2012-04-12 03:00 수정 2012-04-12 08:3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자기 만족’ 제품 여성에 인기… 작년 매출 27% 증가
일부선 늦은밤에 판매도… 유통업계는 매장 늘려


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점에 고급 속옷 매장 ‘이너 센스’ 1호점을 열었다. ‘캘빈클라인’ 제품을 수입해오고 피팅룸 콘셉트를 ‘웨딩드레스’로 잡는 등 제품과 진열, 서비스의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마트 제공
직장인 김지현 씨(27·여)는 이달 초 친구와 돈을 반씩 부담하고 GS샵에서 ‘원더 브라’를 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원더 브라 매장에서 사면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가 6만4000∼7만 원이지만 홈쇼핑에선 4개들이 세트에 추가 팬티까지 해 16만9000원이기 때문. 그는 “좋은 속옷을 입으면 남들에게 보이진 않아도 몸매에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매장에서 맞는 사이즈를 찾은 뒤 돈을 아끼려고 홈쇼핑에서 샀다”고 말했다.

최근 고급 속옷을 사는 여성이 크게 늘고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은 고급 속옷에 투자를 하는 가운데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백화점보다 가격이 싼 대형마트나 홈쇼핑, 온라인몰을 찾는 여성이 많다는 점.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는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패턴이라고 설명한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별도의 속옷 매장을 새로 만드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 “불황엔 야한 속옷이 잘 팔린다”


롯데마트에서 올 들어 3월까지 속옷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일반 제품군의 매출은 작년 1∼3월 대비 5.3% 줄어든 반면 고급형 제품은 37.5% 늘었다. 작년 CJ오쇼핑에서 속옷 매출 증가율은 27.3%에 달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급 속옷을 구매하는 여성들의 심리에는 거울 속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며 “남성이 카 오디오를 설치하고 만족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석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 수준이 성숙해지면서 명품 가방 같은 과시형 제품뿐 아니라 자기만족형 제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불황에 상대적으로 싼 속옷으로 만족하려는 것도 한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불황엔 밖에서 쓰는 돈을 줄이다 보니 ‘인도어(indoor)형 상품’인 속옷을 구매한다는 해석도 있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불황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예쁘고 야한 속옷이 잘 팔린다는 게 패션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신세계몰은 매일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만 이용 가능한 성인 전용 속옷 매장을 2일부터 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디자인이 야해 성인 인증을 받아야만 접속할 수 있다”며 “하루 중 오후 10시∼오전 6시의 속옷 매출 비중이 13%에서 18%로 늘었다”고 전했다.


○ 유통업계, 매장 확대 발빠른 움직임

고급 속옷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알뜰형’ ‘실속형’ 구매가 주류를 이루는 유통채널에서도 고급 속옷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 잠실점에 ‘이너 센스’ 1호점을 열었다. ‘캘빈클라인’ 속옷을 병행수입 방식으로 들여왔고 이달 중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을 수입할 계획이다. 기존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 제품군을 30∼40% 늘렸다. 피팅룸 콘셉트는 ‘웨딩드레스’. 안에 3단 거울이 있어 속옷을 입은 뒤 앞·뒷모습을 모두 볼 수 있고, 커튼 뒤에서 일행이 기다리다가 속옷을 착용한 모습을 봐줄 수도 있다. 화장품과 향수도 비치해 놨다.

CJ오쇼핑은 속옷 자체상표(PB)인 ‘피델리아’와 패션디자이너 베라 왕이 협업한 ‘베라 왕 포 피델리아’를 15일부터 선보인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