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파’ 박현주-정태영, 보험업으로 붙는다

동아일보

입력 2012-03-09 03:00 수정 2012-03-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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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는 최측근을 계열 생명보험사의 수장(首長)으로 각각 전진 배치하면서 ‘주종목’이 아닌 보험업에서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박 회장은 ‘뮤추얼펀드’로, 정 사장은 ‘디자인 경영’으로 각각 증권업계와 카드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스타 경영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경쟁이 삼성, 대한, 교보생명의 ‘빅3’가 주도해왔던 생보업계의 판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내정된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박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최 내정자는 1989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동원증권 최연소 지점장으로 활약하던 박 회장을 만났으며 이후 ‘좌(左)재상 우(右)현만’으로 불릴 정도로 박 회장의 최측근으로 일하며 미래에셋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증권업계에 종합자산관리회사 모델을 도입해 박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녹십자생명은 지난달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태영 사장과 최진환 현대캐피탈 전무를 각각 이사회 의장,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 사장은 장인을 찾아가 생보사 인수를 직접 건의했고, 최 전 전무를 녹십자생명 대표로 선임하는 일까지 주도했다. 경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최 대표는 2002년부터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 근무했다. 그는 당시 카드업계 최하위권이던 현대카드가 2위권 업체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이 주도한 각종 혁신 전략의 밑그림을 대부분 그려 정 사장의 총애를 받았다.

생보업계에서는 박 회장과 정 사장의 후광을 등에 업은 최현만 내정자와 최진환 대표가 보험업계에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공세적 경영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 1, 2위인 삼성과 대한생명이 2010년 초 잇따라 증시에 상장한 뒤 모두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현재 교보와 동부생명을 비롯한 생보업체들은 기업공개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한때 상장 연기를 고려하는 듯했으나 올해 7월 이후 상장이라는 목표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4000억 원 정도를 유치해 자본 확충작업도 거의 마친 상태여서 최 내정자의 영입이 상장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왼쪽),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 동아일보DB
녹십자생명도 인수합병에 따른 조직 정비를 마치고 나면 길게 보고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녹십자생명은 현재 생보업계 23개 사 중 18위에 불과하지만 역시 카드업계의 하위권 업체를 업계 2위권으로 키운 정 사장과 최 대표의 저력,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공산이 크다. 녹십자생명은 최근 사명을 현대라이프생명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이달 말 주총에서 정식 결의할 계획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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