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조 목소리 커졌다, 세졌다

동아일보

입력 2012-02-09 03:00 수정 2012-02-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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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우리가 추천”… “요구 수용 안되면 파업”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발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인수 계약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KB국민은행 노조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최초로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반대 투쟁의 일환으로 총파업을 예고하고,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및 외환은행장 내정자의 출근 저지에도 나섰다. 총선 대선 등 선거의 계절을 맞아 금융권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측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8일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김진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2008년 KB금융지주 설립 후 사외이사 선임 때마다 정치적 외압 및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져 경영감시와 견제라는 사외이사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안 소속인 김 변호사는 올해 40세로, 강릉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민변 시절부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깝게 지내 ‘미래의 강금실’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김 변호사를 추천한 뒤 소액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0.91%의 지분을 보유한 KB금융의 4대 주주다. 현재 8명인 KB금융의 사외이사 중 이경재 이사회 의장, 함상문, 고승의, 이영남, 조재목 이사 등 5명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회사 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실제로 선임될지는 미지수다.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려면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지분 0.09%가 더 필요하다. 이에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우리사주 조합원을 대상으로 주주제안 위임장 접수를 하고 있지만 사측은 3일 모든 부행장의 공동명의로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노조의 주장이 관철되면 평판 위험이 커져 KB금융 주가가 떨어진다”며 “지금이라도 제출한 위임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는 경영진들을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도 파업 초읽기에 돌입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측에 외환은행 행명 유지, 임금수준 유지, 고용 보장 등을 문서 형태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6, 7일 이틀간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및 윤용로 은행장 내정자와 만났지만 양측의 견해차만을 확인한 채 헤어졌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쟁의조정 기간인 17일까지 노사 협상을 이어간 후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1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10일부터 사실상 외환은행장 업무를 시작할 윤 내정자의 출근 저지 투쟁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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