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페셜]현대차 ‘고객관리 현지화’ 인도 시장서 날다

동아일보

입력 2011-04-29 03:00 수정 2011-04-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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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법인의 성공 비결

《“인도 딜러들이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45만 명이 넘는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더군요.”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의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 Management) 시스템 도입 및 활용을 주도한 민왕식 전 현대차 인도법인(HMI) 판매·마케팅본부장(현 상용수출사업부 전무)의 말이다. 현대차는 2006년 6월 고객관계관리의 의미조차 잘 모르는 딜러들을 위해 해외 법인 중 최초로 CRM 시스템을 구축했다. CRM은 고객의 고유 정보를 토대로 개별 고객에게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대차는 선진국에서 쓰이는 다양하고 복잡한 CRM 대신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콜센터, 딜러관리 시스템 구축 등 간단한 방식을 사용해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0호(2011년 5월 1일자)에 실린 인도 법인의 CRM 성공 비결을 요약한다.》


○ 인도 법인의 열악한 현실

2000년대 중반 인도 법인에서는 고객 개인정보, 고객 불만 접수 및 처리, 정비 및 수리 명세, 잠재 고객 정보 등 모든 고객 관련 정보를 수작업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월평균 신규 고객 정보가 3만 명 이상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작업으로만 수십만 명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오류나 중복, 신뢰도 저하 문제로 전체 정보의 절반은 사용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같은 고객의 이름을 다르게 표기한 자료도 많았다. 고객 주소 또한 ‘주유소 세 번째 뒤에 있는 집’ 형태로 적혀 있는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나태한 현지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민 전무는 “공장 설립 초기 부품을 싣고 오던 운전사가 한 달 반 동안 행방불명됐다. 오는 길에 고향에 들러 결혼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 부품을 들고 도망가지 않았다는 점에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딜러들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는 사무실에 있는 영업사원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도 딜러들은 밖으로 돌아다니기는커녕 매장에 오는 고객도 본체만체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선진국에서 쓰는 다양하고 복잡한 CRM을 도입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통합 고객 DB 구축 △콜센터 설립 △다양한 캠페인 수행 △딜러관리 시스템 구축 등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


○ 인도 법인의 CRM

현대차는 딜러별, 지역별로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저장된 고객 데이터를 동일한 포맷으로 정리한 후 통합 고객 DB를 마련했다. 통합 고객 DB를 구축하자 데이터 입력 절차도 훨씬 간단해지고 데이터 분실 위험도 줄었다. CRM 구축을 시작한 2006년 여름 68만 명이던 고객 수는 2010년 말 기준 135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한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차를 살 때 영업사원이 집이나 회사로 차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신차 구입이 집안의 큰 축제이기에 대가족이 함께 매장을 방문할 때가 많다. 현대차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했다. 차량을 인도받으러 온 고객에게 음악을 틀어주면서 꽃다발을 증정하고, 가족사진을 찍어 바로 액자에 넣어줬다. 고객들은 무척 좋아했고 이 과정에서 고객 정보도 쉽게 수집할 수 있었다.

약 20명의 상담원이 365일, 24시간, 3교대로 일하는 자체 콜센터도 만들었다. 과거에는 인도 법인의 고충 처리 상담원 1, 2명이 교대로 상담 업무를 하는 게 전부였다. 이마저도 오후 6시 이후에는 운영하지 않았다.

직접 콜센터를 운영하자 고객 문의 및 불만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과거에는 고객이 현대차에 먼저 전화를 거는 인바운드 콜을 처리하는 데도 손이 모자랐다. 하지만 상담원이 먼저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 콜을 통해 판매 및 서비스 모니터링, 고객 만족도 조사, 상세한 고객정보 수집,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 및 시장조사 등이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자발적으로 일하는 경향이 많지 않은 딜러들을 계도하기 위해 얼리 버드 제도도 마련했다. 얼리 버드는 한 달에 3번 판매실적을 집계하는 제도다. 매월 10일까지 차 5대를 판 사람에게 100루피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20일까지 5대를 팔면 100루피보다 조금 적은 돈을, 30일까지 팔면 그보다 더 적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식이다.

과거에는 딜러별로 매달 몇 대의 차를 팔았는지 월말에 정산해서 인센티브를 줬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딜러들이 실적을 속이고 목표 초과분을 다음 달로 이월해 다음 달 영업을 편하게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얼리 버드 제도를 시행하자 이런 관행이 줄었다.


○ 비싼 시스템이 좋은 것은 아니다

현대차 인도 법인의 CRM 구축 사례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비싼 시스템이 무조건 선(善)은 아니다. 소형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대부분인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가 명품 자동차업체 수준의 CRM을 펼칠 수는 없다. 해당 고객이 골프를 좋아한다고 골프대회 초청장을 보내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객의 가족사진을 찍고 이를 좋은 액자에 담아주는 작은 배려만으로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무조건 많은 고객정보를 모으기보다 이미 확보한 고객정보를 제대로 해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고객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다 전화나 e메일 접촉을 싫어하는 고객에게 자주 연락해서 이들의 마음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주영 서강대 경영대 교수 jkimsg@sogang.ac.kr::CRM::

고객관계관리.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해 고객 특성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신규 고객 확보나 우수 고객 유지, 고객 가치 증진 등 다양한 목적으로 CRM을 활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리 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DBR(동아비즈니스리뷰) 80호(2011년5월 1일자)의 주요기사 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 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조직을 춤추게 하 는 ‘긍정 심리’

▼ Special Report


“손쓸 도리없이 망가진삶은 이제 그만 연구하고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 리그먼 교수가 1998년 미국 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한 말이다. 셀리그먼 교수가 주창한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성장,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긍정적 강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접 근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긍정심리자본이다. 금융자본, 인적자본, 사회적자본 등이 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긍정 심리는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 를 한다. 긍정심리와 관련한 이론 및 기업의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인재 전쟁’서 이기는 6가지 방법

▼Harvard Business Review


최고의 기업들은 자신 들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직원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매우 정교한 방법론을 도 입하고 있다. 특히 구글, 베스트바이, 시스코 같은 선도 기업들은 정교한 인재 관련 데 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인력으로부터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감이나 직관에 따른 추정이 아닌 분석적 인사관리를 적극 활용한다. 수준 높은 인재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이를 활용한 다. 분석 담당 리더에게 힘을 실어주고, 경험이 풍부한 분석가를 동원한다. 인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하는 6가지 방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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