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 이후]대구 성서공단-경산 산업단지 車부품업체들 대호황

동아일보

입력 2011-04-14 03:00 수정 2011-04-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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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러브콜… 낮밤도 휴일도 없다

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경창산업 자동차 변속기(트랜스미션) 생산 공장에서 주간 근 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 일감이 많아지면서 오후 9시경부터 야간 근로자들로 교대해 주말 없이 주야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 대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1일 대구 성서공단 내 경창산업에 들어서자 약 4만8500m²(약 1만4700평) 터에 우뚝 선 철제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가 지난달부터 새로 짓기 시작한 생산라인이었다. 올 6월 완공 예정인 이 공장 옆에는 지난해 5월 미국 수출용 물량을 대기 위해 새로 준공한 공장이 있었다. 귀를 찌르는 육중한 기계음, 날카로운 용접기 소리가 공장의 활력을 전했다. 이 회사 변원용 TM사업부 연구개발팀 부장은 “잔업이나 특근을 하더라도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데, 요즘에는 주문이 밀려 휴일도 없이 주야간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눈코 뜰 새 없는 차 부품업체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일감 폭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부품 수요자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한국산 부품을 찾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400여 곳을 포함해 총 25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성서공단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공단 진입로에는 이른 아침부터 짐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대부분 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으로, 충남 서산으로 향하는 차들이었다. 성서공단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인 경북 경산 산업단지의 차량용 램프 전문업체 에스엘은 주문이 급증해 평소 100여 명 뽑던 신규인력을 올해는 200명으로 배로 늘려 뽑았다. 이 회사 함현욱 전략기획팀 차장은 “인력을 충원해도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중심으로 부품 주문이 많아지면서 생산현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 동일본 대지진 이후 관심 더 높아져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 현지의 차 부품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의 차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하면서 한국 부품업체들의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 대표적인 기업이 만도다. 이 회사는 최근 폴크스바겐과 210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유럽과 중국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기로 했다. 만도 박종철 상무는 “도요타 리콜 사태 이후 세계 선진 자동차업체들의 글로벌 소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부품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만도는 2009년 말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이 62%였지만 올해는 50%대, 내년에는 40%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어모듈업체인 평화정공은 글로벌 자동차업체 매출 비중이 20%에 불과하지만 최근 푸조, 시트로앵을 소유한 PSA그룹, BMW, 폴크스바겐 등과 잇달아 납품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훈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001년 2억 원에 불과하던 평화정공의 GM 매출은 현재 300억 원으로 급증했다”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업체와의 계약 성사 가능성도 커졌다”고 전했다.


○ 차 부품기업 장기호황 시작되나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차부품기업들의 위치가 2000년 일본 부품업체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도요타 등 일본 차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부품업체들이 성장했고, 이후 완성차보다 부품기업들이 더 장기 호황을 누렸던 것처럼 한국 부품기업들도 장기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일본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9.0% 하락했지만 대표 부품주인 덴소는 93.6%나 올랐다. 김선행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국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은 값만 싸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현대·기아차의 납품업체라는 이유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인 1자동차 시대’가 본격화하는 중국 내수시장의 급성장도 차부품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한국의 차부품기업들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구·경산=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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