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도요타 납품사 압수수색… 청문회와 함께 ‘투트랙 압박’

동아일보

입력 2010-02-26 03:00 수정 2015-04-29 19:5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 적용… “유럽과도 공조수사 확대”
의원들 “예-아니요로 답하라”… 도요다 사장 4시간 진땀 증언


《24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에서 도요타자동차 청문회가 이틀째 열린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은 도요타 부품 공급회사 3곳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FBI는 도요타자동차 부품 공급회사인 덴소 미국지사와 야자키 북미지사, 도가이리카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23일 밤 발부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3개 사는 도요타자동차 협력회사로 덴소는 최근 도요타차 대량 리콜을 촉발한 가속페달 부품을 도요타자동차에 공급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들 3개사가 반독점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 규제당국과도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BI는 이번 조사가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사태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이날 미 하원에서는 도요타 청문회가 이틀째 열렸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해 도요타 리콜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는 모습이다.》


○ 자세 낮춘 도요다 사장

이날 오후 2시 20분경 도요타자동차 청문회가 열린 워싱턴의 미 의회의사당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에서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증언대에 섰다. 왼쪽 자리에는 이나바 요시미 도요타 북미법인 사장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일본인 여자 통역사를 대동했다. 주변에 몰려든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그는 오른손을 들고 증인선서를 한 뒤 “도요타차 운전자들에게 무척 죄송하다”며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일본식 억양이 잔뜩 섞인 영어로 읽어 내려갔다. 청문회 참석 여부를 놓고 몇 차례 번복한 도요다 사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청문회장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만원을 이뤘다.

두 사장은 오후 2시 20분부터 오후 6시 13분까지 약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땀을 흘리며 증언해야 했다. 증언석에 앉은 도요다 사장은 청문회 내내 자세를 낮췄다. 오른쪽 귀에는 헤드폰을 착용해 의원들의 질의를 동시통역으로 들었고,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 외에는 모두 일본어로 또박또박 답변했다. 영어에 능통한 이나바는 의원들의 질의에 영어로 답변했으며 중간 중간에 도요다 사장의 답변을 보충 설명하기도 했다.

도요다 사장은 최대한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일본 대표기업 최고경영자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지나치게 비굴해 보이는 태도는 취하지 않았다.


○ 거세게 몰아붙인 미 의원들

도요다 사장은 “모든 도요타차에는 내 이름이 붙어 있다”며 “도요타가 손상당하는 것은 내가 손상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리콜 파문이 바닥 매트와 가속페달 결함이라며 “전자제어 장치에는 결함이 전혀 없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니스 구시니치 의원(민주·오하이오)은 “전자제어장치에 결함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는 것은 대규모 소송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냐”며 “변호사로부터 전자제어장치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지 말 것을 상의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도요다 사장과 이나바 사장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대답했다. 에돌퍼스 타운스(민주·뉴욕) 감독·정부개혁위원장은 “만일 캠리와 프리우스가 비행기였다면 이륙금지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존 미카 의원(공화·플로리다)은 도요타 워싱턴사무소에서 작성한 ‘워싱턴 정가 로비로 2007년에 대규모 리콜을 줄여 1억 달러를 절감했다’는 내부 문건을 들이대며 “참으로 황당한 문건”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나바 사장은 이에 대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쉰 뒤에 회사에 복귀한 나를 위해 보고용으로 작성됐던 것”이라며 “워싱턴 회의 때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 브라이언 빌브레이 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고압적인 자세로 “도요타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도요타차 문제에 대해 미국 당국에 얘기해야 하느냐, 아니냐”며 “예, 아니요로만 대답하라”고 주문했다. 도요다 사장은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블브레이 의원이 “예스로 간주하겠다”고 하자, 도요다 사장은 “하이(예스의 일본말)”라고 답했다.


○ 미 교통장관, “‘심각하다’ 얘기하자 행동 나서”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미국에서 벌어진 도요타차 문제를 일본 본사에서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은 오만방자함이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 북미법인에는 많은 훌륭한 전문가들이 있지만 최종 결정은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 삼았다. 러후드 장관은 “내가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다그친 뒤에야 일본 본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존 덩컨 의원(공화·테네시)은 “일본 톱매니지먼트에 미국인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최고경영진에 미국인 2, 3명을 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