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80대가 조립-용접… 초정밀 항공엔진 핵심은 ‘스마트공장’

창원=배석준 기자

입력 2019-05-21 03:00 수정 2019-05-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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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꿈 착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가보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근로자가 항공기 엔진을 검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부산 김해공항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이곳 창원사업장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1만1000m²(약 3310평) 규모의 항공기 엔진 부품 신공장을 지었다. 16일 찾은 신공장은 자동조립로봇, 연마로봇, 용접로봇, 물류이송로봇 등 로봇 80여 대가 24시간 움직이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무인운반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이 생산 계획에 따라 자재 창고에서 자동으로 제품을 꺼내 옮기면, 또 다른 AGV가 공정이 마무리된 제품을 다음 작업장으로 알아서 전달한다. AGV는 자신의 행동반경 안에 사람이 들어서자 알아서 멈췄다가 이동하기도 했다. 로봇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고 안전성까지 갖춘 첨단 스마트팩토리인 것이다.

감상균 창원사업장장은 “국내 기계·항공업계에서는 드물게 스마트팩토리가 적용된 사례”라며 “예전에는 같은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최소 100명의 근로자가 일했지만 지금은 50명이 3교대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이나 생산성만 향상된 게 아니다. 신공장은 공장 실내온도를 자체 프로그램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21도로 통제하고 있다.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초정밀 가공품이어서 1도라도 온도가 달라지면 미세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할 수 있다. 정밀조립이 불가능해지면 결국 항공산업의 최우선 문제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엔진 부품을 위해 각 공정에서 장비마다 최대 1초에 20회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이 같은 섬세한 관리 덕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차세대 엔진 리프 부품,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사의 엔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십 년에 걸친 항공엔진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공동개발(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사업에도 참여했다. 2015년 P&W사의 차세대 엔진 국제공동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엔진 제작사의 핵심 파트너로 진입했다. RSP는 항공기 엔진의 개발, 양산, 애프터마켓까지 사업의 리스크 및 수익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계약 방식이다. 올 1월 미국 P&W사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17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을 획득하는 등 최근 GE,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3사로부터 수주한 금액이 21조 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로의 꿈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액체엔진 조립 등을 담당한다. 지난해 11월 누리호 시험발사 성공에 큰 역할을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3단형 발사체의 7t과 75t급 엔진 모델을 생산 중이다. 2020년까지 실제 비행에 사용되는 엔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과거 항공기 엔진 프레임을 만드는 데 독보적이었는데 현재는 핵심 부품에 대해서도 글로벌 파트너급 회사로 발전하고 있다”며 “항공 엔진 관련 제조·판매·정비 단계에서 향후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창원=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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