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억 챙기며 툭하면 먹통… 화난 투자자들

김성모기자

입력 2018-01-09 03:00 수정 2018-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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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거래소, 하루 한두번 서버 마비

직장인 김모 씨(32)는 7일 오후 11시 반쯤 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이용하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상통화 ‘리플’ 1500만 원어치를 갖고 있던 김 씨는 오후 9시 반 코인당 가격이 4000원을 넘어서자 매도 시점을 노리고 있었다. 1시간 반 뒤 4444원으로 치솟자 ‘판매주문’을 눌렀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실패했다’는 문구만 떴다. 거래소 서버가 마비된 것이다. 서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이 김 씨는 매도에 실패했고 가격은 4200원까지 떨어졌다.

툭하면 마비되는 가상통화 거래소의 매매 시스템에 투자자들이 뿔이 났다. ‘먹통’ 서버 때문에 제때 가상통화를 사거나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면서도 보안이나 서버 증설 투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 반복되는 ‘서버 먹통’

가상통화를 사기 위해 신생 거래소 ‘코미드’를 찾은 이모 씨(31)는 6일 100만 원을 거래소 계좌로 입금했지만 하루가 지나도 처리가 되지 않았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시스템이 멈춘 사이 사려던 ‘라이트코인’ 가격은 10% 이상 뛰었다.

4일 ‘업비트’ 거래소는 오전 9시부터 30∼40분간 일부 가상통화의 가격이 애플리케이션(앱)과 PC에서 달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서버까지 마비됐다. 지난해 12월 21일 ‘코인네스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서버 멈춤 때문에 화병 걸리겠다”는 성토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거래소가 하루에 한두 번 서버가 마비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런 ‘먹통 사태’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는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에도 나섰다. 지난해 11월 빗썸 서버가 다운된 사이 비트코인캐시가 40% 이상 폭락하자 제때 팔지 못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며 빗썸을 고소했다.


○ “수익에 비해 서버 투자에는 소홀”

거래소들은 서버 증설과 시스템 정비에 공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빗썸 관계자는 “서버를 개선하는 데 인원과 비용을 더 투입했다”며 “일부 멈춤이 발생한 것은 거래량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일 밤 서버가 다운된 뒤 빗썸은 8일 오전 3시부터 7시 30분까지 서버 점검을 했다. 업비트 관계자도 “보안 때문에 공개하긴 어렵지만 거래를 묶어서 처리하는 등 서버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서버 증설이나 보안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양대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의 하루 평균 수수료 수입은 각각 25억9000만 원, 35억5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거래대금에 평균 수수료율을 곱해 산출한 규모다. 이를 연간 수익으로 환산하면 각각 9461억 원, 1조29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 추정치(8352억 원)를 웃도는 규모다.

일부 투자자는 거래소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서버 증설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가상통화 가격이 급락할 무렵 서버가 멈추면 초조한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설 때가 많다. 서버가 정상화돼 가격이 떨어진 가상통화를 사려는 투자자가 몰리면 거래가 급증하고 거래소들의 수수료 수입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는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서버가 다운되지 않는 ‘무(無)정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래소도 막대한 거래 금액을 다루려면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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