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과 결혼했다”…트렌드로 떠오른 ‘나 홀로 결혼식’?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7-10-11 16:44 수정 2017-10-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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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라 메시 페이스북
“왕자님이 없어도 당신만의 동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고 있는 40세 여성 로라 메시는 얼마 전 롬바르디아 리소네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로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하객 70여명이 모였다.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히 웃으며 ‘혼자서’ 3단 케이크를 잘랐다.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로라는 이 날 신랑 없이 자신과 결혼식을 올렸다. 의식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 같은 ‘나 홀로 결혼식’이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라가 ‘나 홀로 결혼식’을 처음 떠올린 것은 2년 전이었다. 12년 동안 사귀던 연인과 결별했을 때였다.

로라는 “나는 40세 생일을 맞을 때까지 내 영혼의 동반자를 찾지 못하면 자신과 결혼하겠다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했다”며 “언젠가 미래를 함께 계획할 수 있는 남자를 찾으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내 행복이 그에게 달려있진 않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각자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로라가 최근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나 홀로 결혼식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 남성이 혼자 결혼식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한 여행사가 2014년 5월부터 싱글 여성들을 위한 솔로 웨딩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체르카 트래블(Cerca Travel)’이 서비스를 시작한 첫 달에만 여성 약 30명이 이를 이용했다. 절반은 결혼식을 올린 적이 없거나 만족스러운 결혼식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느낀 기혼 여성이었다. 업체의 이노우에 유키코 대표는 “여성들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격려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고안해냈다”고 밝혔다.

사진=‘매리 유어셀프 밴쿠버’ 페이스북
사진=‘아이 매리드 미’ 홈페이지. ‘솔로 웨딩’ 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아이 매리드 미(I Married Me)’ 라는 웹사이트에서 나 홀로 결혼식을 위한 결혼반지나 의상 등을 판매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매리 유어셀프 밴쿠버(Marry Yourself Vancouver)’라는 업체가 많은 싱글들의 나 홀로 결혼식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르시즘(자기애)에 불과하다” “가부장제에 대한 엇나간 반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영국에서 나 홀로 결혼식을 올렸다는 한 여성은 “사람들이 나에게 ‘안쓰러운 페미니스트’라고 손가락질 하더라”고 매체에 털어놨다.

로라가 결혼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일부 네티즌은 “슬픈 일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라며 댓글을 달기도 했다.

로라는 “아무도 내 행복을 막을 순 없다”면서도 누구에게나 나 홀로 결혼식이 맞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혼자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선 돈도 필요하고 주변의 지지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남들이 보기에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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